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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주는 엄마, 힘을 빼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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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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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머니 같은 이타적인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는 제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결코 잊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어머니의 사랑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세상에서 경험한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비록 제가 그 사랑을 당연시했더라도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가장 큰 후회는 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 이런 말을 전해 드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어머니를 다시 만나 하지 못했던 말을 모두 전해 드리고 엄마 품에 안겨서 엄마를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어머니는 저를 세심하게 잘 돌봐 주셨습니다. 엄마는 아플 때도 음식을 만드셨고 절대 핑계를 대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제가 절대 갚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절반은 어머니였고 어머니의 전부는 저였습니다. 엄마는 저와 가족을 돌보며 하루를 보냈고 자신에게 할애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아는 가장 강한 분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이 화를 내도 어머니는 결코 화를 내지 않으셨고 불평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위의 글은 저의 지인이 어머니를 추모하면서 쓴 글입니다. 자녀가 타고 있던 차가 경사진 길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을 보고 사고를 막기 위해 어머니는 자신의 몸을 던졌습니다. 마지막 생명까지 자식을 위해 헌신하였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과 슬픔을 느낄 유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엄마가 떠난 빈자리는 결코 채워질 수 없고 그리움은 계속 사무칠 것입니다. 그래도 엄마가 보여 준 사랑이 자녀들에게 인생을 살아갈 힘을 제공할 것입니다. 그녀는 진정 자녀에게 힘을 주는 엄마였습니다. 


추모식에 참석한 후 제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나는 자녀에게 힘을 주는 엄마일까? 혹시 자녀의 힘을 빼는 엄마는 아닐까?’ 다가올 미래의 장례식에 자녀는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까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렇게 좋은 엄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사랑한 것은 맞지만 과연 제가 보여 준 사랑이 자녀들에게 잘 전달되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저에게는 장성한 두 명의 아들이 있습니다. 어릴 적 아빠와 축구를 하고 땀을 뻘뻘 흘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습니다. 두 형제가 무엇이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엄마는 외계인’이라는 아이스크림을 고를 때 저는 속으로 ‘너희들이 외계인이거든!’ 하고 외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아들들은 저에게 외계인 같은 존재입니다. 내 몸에서 나온 자식이니 아끼고 사랑하면 내 말을 잘 따라 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야단쳐도 그때뿐이고 매사에 시큰둥하고 사근사근 대답하는 법이 없고 툭하면 화를 잘 내는 아들을 볼 때면 내가 정말 의사소통 전문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속 터지는 엄마, 억울해하는 아들』이라는 책을 읽으며 아들이 그동안 저 때문에 얼마나 억울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딸에게나 기대할 법한 사랑스러움을 아들에게 요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들에게는 사랑스러움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고 자신을 움직이는 동기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들에게는 자랑스러움이 자신을 빛나게 해 주는 중요한 삶의 동기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엄마가 아들과 존경의 대화를 하지 않으면 모자 관계가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합니다. 존경받지 못한 아들은 사랑이 없는 반응을 보이고 사랑받지 못한 엄마는 존경이 없는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 악순환의 고리였던 것입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저자는 엄마가 먼저 ‘존경 대화’를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그래서 저는 존경할 것이 없다고 여겼던 아들을 존경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존경하기로 마음먹고 보니 자신이 공부하던 전공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과감히 그만두는 용기를 지닌 아들이 보였습니다. 30살이 되어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 10살이나 차이가 나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도 이를 해내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직 마음의 힘이 부족하지만 자신과 사투를 벌이며 인생의 과정을 견디고 인내하는 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너는 어리석게 꼭 경험해 봐야 아니?”라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너는 정말 인생을 도전적으로 사는구나! 엄마는 그런 용기가 없었는데 정말 자랑스럽고 존경한다.”라고 말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들의 실수를 용납하고 부드럽게 잘못을 바로잡아 주며 자존감을 살려 주었더라면 아들은 좀 더 빨리 자신의 꿈을 찾아 행복하게 인생을 탐험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내가 아들의 입을 열게 하려고 자극했던 행동들이 아들에게는 어쩌면 인신공격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아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말로 쏘아붙이다가 아들과 언쟁을 피하고 싶어 눈을 흘기며 돌아서던 저를 보며 아들은 얼마나 처참함을 느꼈을까요? 이런 제 모습을 깨닫고 난 후 불과 몇 번의 존경 대화(별로 멋진 대화도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상담한 아이가 있는데 너처럼 어릴 때 필리핀에 가서 적응하느라 힘들어하고 있어! 어떻게 이 아이를 도와주어야 할까? 형으로서 해 줄 말이 있니?” “엄마, 그 나이에는 마음의 힘도 중요하지만 실제적인 몸의 힘도 중요해요! 조금씩 근력 운동을 해서 몸의 근육을 키워 보라고 하세요!” 며칠 후 “엄마가 그 이야기를 전했는데 정말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다고 하더라! 어떻게 넌 그렇게 훌륭한 제안을 했니? 정말 너를 존경한다! 남자로서 말이야!”)를 시작하자 아들이 이내 저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존경을 실천하니 관계가 달라진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오늘은 급기야 남편도 이렇게 고백하더군요. “여보, 웬일이지? 아들이 예전하고 달라졌네!” ‘여보, 비밀은 존경 대화예요!’ 저는 이제 비로소 자녀에게 힘을 주는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곁에 실패를 경험하고 우울해하며 낙담한 아들이 있나요? 꾸역꾸역 힘들게 자신만의 길을 가는 아들 때문에 마음이 무거운 분이 있나요? 아들 때문에 혹은 남편 때문에 속이 터지는 아내와 엄마들이 있다면 여러분만의 존경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눈물로 걷는 인생의 골목에서 가장 오래, 가장 멀리 배웅해 주는 사람은 바로 가족이니까요.



- 전영숙 서중한합회 가정봉사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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